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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만 미끄러진 게 아니다…은행·금도 동시에 꿈틀인 이유는

미 증시는 14일(현지시간) 나스닥 중심으로 약세 마감했다. 다우존스지수는 0.09% 하락한 4만9,149.63, S&P500은 0.53% 내린 6,926.60, 나스닥은 1% 떨어진 2만3,471.75에 장을 마쳤다. 반면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과 S&P500 산업재 지수는 사상 최고가를 경신해, 성장주에서 경기민감·가치주로의 회전이 두드러졌다.

은행 규제, 기술주 피로, 섹터 로테이션, 지정학 리스크, 안전자산 수요

이번 조정을 이끈 1차 요인은 은행 실적과 트럼프 행정부의 ‘신용카드 금리 10% 상한’ 발언이다. 웰스파고는 4분기 이익이 예상치를 밑돌며 주가가 4%대 급락했고, 실적이 예상보다 나았던 씨티·뱅크오브아메리카도 3% 안팎 동반 하락했다. 2025년 한 해 큰 폭으로 올랐던 금융주에 “실적은 평범한데 규제 리스크는 커졌다”며 차익 실현이 나온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신용카드 금리를 연 10%로 제한하는 방안을 시사한 점은 단기 이벤트를 넘어 구조적 리스크로 받아들여졌다. 은행 경영진들은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소비자 신용 공급이 위축되고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도, 정치적 상황상 완전히 무시하기도 어렵다는 뉘앙스를 보였다. 시장은 법제화 가능성이 크다고 보지는 않지만, 카드·은행 업종 밸류에이션 상단을 누르는 변수가 하나 더 생겼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두 번째 축은 성장 기술주의 피로감이다. 연초까지 지수를 이끌던 고평가 빅테크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S&P500 기술주가 시장을 밑돌았고, 방어주인 필수소비재·유틸리티, 그리고 산업재·중소형주로 자금이 이동했다. 중국 당국이 미·이스라엘계 사이버보안 소프트웨어 사용 중단을 지시했다는 보도 이후 브로드컴·포티넷 등이 약세를 보이면서, 미·중 기술 디커플링 리스크도 기술주 심리를 눌렀다.

반대로 에너지주는 이란발 지정학 리스크에 힘입어 강세를 이어갔다. 장 초반 이란 공급 차질 우려로 유가가 오르며 에너지 섹터가 2024년 4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대이란 군사 공격을 당분간 보류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WTI는 배럴당 60달러 안팎으로 되밀리며 마감했다. 중동 긴장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에너지 가격과 관련 종목의 변동성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경제 지표는 ‘무난한 인플레이션, 생각보다 탄탄한 소비’라는 그림을 재확인시켰다. 정부 셧다운 여파로 미뤄졌던 11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2% 올라 예상치(+0.3%)를 소폭 하회한 반면, 11월 소매판매는 0.6% 증가해 컨센서스(0.4%)를 웃돌았다. 전날 발표된 12월 소비자물가(CPI)도 시장 기대에 대체로 부합해, “물가는 안정되고 소비는 버티는” 소프트랜딩 시나리오를 뒷받침했다는 평가다.

채권·통화 시장에서는 연준 정책 기대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4.18% 위에서 4.15% 아래로 소폭 내렸고, 연방기금선물 시장은 1월 FOMC 동결과 상반기 금리 동결 유지, 연내 최소 두 차례 인하 가능성을 여전히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강한 서프라이즈가 아닌 ‘예상 범위 안’의 물가 지표가, 주식 시장보다는 채권 시장에 조금 더 우호적으로 작용한 셈이다.

통화정책 측면에서 투자자들이 눈여겨보는 이슈는 두 가지다. 우선 뉴욕 연은 윌리엄스 총재가 “현재의 통화정책은 건전한 경기전망 속에서 적절한 위치”라며 급격한 방향 전환 의사가 없음을 재확인했다. 여기에 더해, 파월 의장이 연준 본부 청사 리모델링 관련 의회 증언을 둘러싸고 법무부의 대배심 소환을 받았다고 공개한 뒤 연준 독립성 논란이 이어지는 점은 중장기 리스크로 인식되고 있다. 다만 이날 주가 흐름만 놓고 보면, 투자자들은 연준 이슈보다 은행 규제·기술주 밸류에이션에 더 큰 비중을 둔 모습이다.

글로벌 리스크 회피 심리는 귀금속 가격에서 더 분명히 드러났다. 금 선물은 장중 온스당 4,650달러로, 은은 9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새로 썼다.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난 뒤에도 높은 명목 금리, 중동 긴장, 미국 정치·통화정책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현금 대신 금·은”을 택하는 자금이 늘어난 결과다.

요약하면, 이번 하락은 경기 둔화 공포에 덮친 패닉이라기보다 ‘은행 규제·기술주 피로·섹터 로테이션’이 겹친 조정에 가깝다. 투자자 입장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신용카드 금리 상한 추진이 실제 입법으로 이어질지 ▲은행·빅테크 조정이 단기 숨고르기인지 밸류에이션 재조정의 시작인지 ▲앞으로 나올 물가·소비 지표가 연준의 “상반기 동결·하반기 인하” 시나리오를 지지할지 ▲이란·중동 긴장과 중국의 미국 IT·사이버보안 제재가 에너지·반도체 등에 어떤 프리미엄 또는 디스카운트를 줄지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美 증시, 연준 독립성 우려·경기 둔화 신호 속 혼조 마감